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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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티프론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 플라톤의 네 대화 편공간/독서 2023. 2. 22. 03:42
올해 처음으로 다 읽은 책입니다. 1. 소크라테스의 죽음 플라톤의 저작 중 소크라테스와 다른 사람과의 문답을 다룬 책들을 통틀어 대화편이라고 일컫습니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의 재판에 대한 네 개의 대화편을 시간 순서대로 한데 묶은 책입니다. 각 대화편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우티프론: 멜레토스와 몇 시민에게 기소를 당한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아버지를 기소하러 가던 에우티프론을 만나 경건함에 대한 대화를 나눕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론: 자신의 재판 과정에서 소크라테스가 직접 아테네 시민들(배심원단)에게 건네는 변론으로 총 세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부분은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신에게 불경을 저질렀다는 죄로 기소된 소크라테스가 자신이 무고함을 배심원단에게 알리는 변론입니다. 두 번째 부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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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상반기 독서 결산공간/독서 2022. 6. 22. 20:28
2022년 상반기 독서 결산 에릭 홉스봄, 자본의 시대 160p, 20220106 223p, 20220109 284p, 20220111 343p, 20211118 386p, 20210209 2021년 연말 《혁명의 시대》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자본의 시대》를 집었고 해를 넘기면서 올해는 에릭 홉스봄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확실하게 홉스봄 책은 재밌습니다. 그런데 술술 읽는 것 같으면서도 60페이지 정도를 읽는데 몇 시간이 걸리는 신기한 책이기도 합니다. 개인 작업과 생계를 위한 일이 겹쳐서 결국 끝까지 다 읽지 못하고 도서관에 반납했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전부 읽을 생각입니다. 얼마 전 새로 생긴 조촌동 스타벅스에서 불편한 의자에 다리를 접고 앉아 창밖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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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구원에 이르렀나_〈파주〉공간/영화 2022. 6. 9. 21:27
파주 Daum영화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세요! movie.daum.net 산업의 규모로 미루어 보건대 사람들은 분명 여행을 좋아하거나, 또는 스스로 여행을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여행의 매력적인 점은 완결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일상의 시간과는 달리 여행의 순간은 프롤로그, 출발, 사건, 도착, 에필로그가 외부적인 요인으로 명확하게 구분되기 때문입니다. 〈파주〉는 외견상 얼핏 여행의 구성을 충실하게 따르는 것 같습니다. 은모가 탄 택시가 안개 낀 자유로를 달리는 동안 파주행 표지판을 비추면서 시작하는 영화는 은모가 친구의 오토바이 뒤에 탄 채 화창한 도로를 달리며 파주를 떠나는 장면으로 끝이 납니다. 그런데 영화의 시선은 여행객의 피상적 시선이 아닌 거주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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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되면 무대를 떠나야 한다_《소리와 분노》공간/독서 2022. 5. 28. 00:05
소리와 분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3권. 실험적인 서술기법, 강렬한 시각적 언어로 20세기 현대문학의 지형을 뒤바꾼 윌리엄 포크너 최고의 걸작이다. www.aladin.co.kr 낯설게 보기 제가 다닌 학교의 1학년 과정에는 Residential College(RC)라는 교육 제도가 있었습니다. RC 교육 이수를 위해서는 자기주도활동이라는 0.5학점짜리 수업을 2개 들어야만 했는데 P/NP로 성적이 처리되는, 그리 비중이 크지는 않은 수업이었습니다. 첫 학기에 수강한 그림 그리기 수업의 첫 번째 시간은 인물을 뒤집은 채로 그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는 인물을 그릴 때 모양을 관찰하는 대신 자신이 생각하는 눈, 코, 입을 떠올리며 그리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라고 했습니다. 인물의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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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만경강_옥구_중앙동 자전거 코스공간/국내 2022. 4. 26. 21:50
2021년 8월 중순, 그동안 했던 작업 중에 가장 규모가 큰 작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여러 걱정과 우려가 일었고 이를 달래기 위한 각오로 마음이 복잡했던 그 무렵에 〈여름의 끝자락〉이라는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피아노 선율과 낮고 힘 있는 목소리로 차분하게 구성된 곡은 격정의 계절이 끝나가는 것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것만 같은 아름다운 곡이었습니다. 해질 무렵 고속버스에서 이 노래를 반복해서 듣던 그 순간부터 저는 자전거를 타야겠다고 마음먹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며칠 뒤 8월의 마지막 일요일 자전거를 타게 되었습니다. 저는 여름이 끝나갈 무렵 혼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을 좋아합니다. 밝고 적막한 도로를 달리는 동안에 어떤 기로, 봄의 생기가 죽음처럼 무더운 순간들을 지나고 나서 어느덧 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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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폐하고 갈라진 땅을 응시하는 벼려진 시선_《헛간, 불태우다》공간/독서 2022. 4. 17. 23:04
헛간, 불태우다 20세기 미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미국 남부의 인습적이고 주술적인 세계를 정묘하게 그려 낸 소설가, ‘의식의 흐름’ 등 독자적이고 실험적인 수법을 과감히 도입한 혁신가, 두 차례의 www.aladin.co.kr 감독은 일평생 하나의 영화를 만든다. 그 후 그가 만드는 모든 영화는 첫 영화의 일부일 뿐이다. 이야기를 두 번 이상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장 르누아르가 말한 문장에 공감할 것입니다. 저는 이 문장을 읽은 순간 언뜻 전혀 다른 두 명의 창작자가 떠올랐는데, 한 명은 홍상수이고 다른 한 명은 윌리엄 포크너입니다. 민음사 쏜살문고에서 발간한 《헛간, 불태우다》는 윌리엄 포크너의 단편 5개 〈가뭄이 든 9월〉,〈헛간, 불태우다〉,〈저 석양〉,〈에밀리에게 장미를〉,〈버베나 향기〉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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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은 세상의 해석이다_〈버닝〉공간/영화 2022. 3. 15. 19:11
버닝 Daum영화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세요! movie.daum.net 2018년 〈버닝〉이 개봉했을 무렵 국내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 영화가 50년대생인 감독이 청년에 대한 피상적인 몰이해를 바탕해서 만든 시대착오적인 영화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러한 의견이 다원성에 기반한 산발적인 감상으로 끝나지 않고 몇몇 영향력 있는 의견 게시자와 다수의 추종자들에 의해 꽤나 심도 깊은 비판으로 전개되는 과정은 상당히 놀라운 현상이었습니다. 물론 다각도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해석은 자연스럽고 건전한 현상이며 작품을 둘러싼 소음은 좋은 창작물의 숙명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관점, 때로는 공격적이기까지 한 관점의 논의 속에서 나온 성숙한 합치가 작품을 불멸의 반열에 들게 하는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