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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년 상반기 독서 결산
    공간/독서 2022. 6. 22. 20:28

     

     

     

    2022년 상반기 독서 결산

     

     

     

     

     

    에릭 홉스봄, 자본의 시대 

    160p, 20220106 

    223p, 20220109 

    284p, 20220111 

    343p, 20211118 

    386p, 20210209  

     

    2021년 연말 《혁명의 시대》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자본의 시대》 집었고 해를 넘기면서 올해는 에릭 홉스봄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확실하게 홉스봄 책은 재밌습니다. 그런데 술술 읽는 것 같으면서도 60페이지 정도를 읽는데 몇 시간이 걸리는 신기한 책이기도 합니다. 개인 작업과 생계를 위한 일이 겹쳐서 결국 끝까지 다 읽지 못하고 도서관에 반납했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전부 읽을 생각입니다. 얼마 전 새로 생긴 조촌동 스타벅스에서 불편한 의자에 다리를 접고 앉아 창밖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책을 읽던 순간들이 유독 기억납니다.  

     

     

     

     

     

    서머싯 몸, 달과 6펜스  

    327p, 20220213 끝

     

    2021년 9월에 고등학교 때 친구의 여자 친구를 통해 알게 된 분이 추천한 책입니다. 그분은 건축 일을 하는 분이었어요. 추석 연휴 직전이었나, 그분과 함께 당산역 근처에서 회와 초밥, 매운탕에 꽤 많은 소주를 곁들여 마신 후 상당히 취한 채로 한강 산책로를 따라 걸어서 집에 가다가 갤럭시 버즈를 케이스째로 한강에 빠트린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술자리에서 그분이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던 책이 《달과 6펜스》입니다. 저는 《데미안》을 말했나,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한참 잊고 있다가 금년 2월 새로 소개받은 분(이 분은 동물 연구를 하시던 분이었습니다)과 마곡에서 술을 마시다 문득 그 횟집 생각이 나서 며칠 후 도서관에서 《달과 6펜스》를 빌렸습니다. 설날 연휴 이후 미세먼지가 꽤 심했던 날 중학교 때 친구와 아침부터 서대문구 안산과 인왕산 코스로 등산을 하기로 한 날 저는 작은 힙색에 이 책을 넣어서 갔습니다. 등산이 끝나고 늦은 점심을 먹은 후 저는 혼자 버스를 타고 여의도 국회 맞은편에 있는 스타벅스에 가서 이 책을 밤이 될 때까지 단숨에 읽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책이었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예술의 형이상학이라는 표현이 어떨까요. 마지막 장면에서는 한강의 《채식주의자》 떠올렸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292p, 20220221 

    437p, 20220222 끝 

     

    2013년도 발매 직후에 선물을 받아서 읽어보고 이번이 두 번째로 읽었습니다. 첫 번째로 읽었을 때에는 입원했던 병원의 간호사님에게 책을 빌려준 것이 기억납니다. 당시 책이 품절되어 뉴스에 나올 정도였지요. 간호사님이 제게 빌려준 책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인데 그걸 끝까지 읽지는 못한 채 병원을 옮겼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꽤 흘렀지요. 지금 제가 진행하는 작업에 이 책이 제목 정도만 간단하게 언급되는데 이전에 읽었음에도 내용이 정말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서 다시 읽어봤습니다. 군산대 후문의 저수지가 아름다운 카페에서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카페 뒤에는 토끼 사육장이 있었는데 이상하게 토끼들이 밖에서 돌아다니고 사람의 손을 향해 왔습니다. 

     

     

     

     

     

     

    이 글을 쓰는 며칠 전 잠실에서 대학교 때 친구들과 잠실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저는 그중 한 친구와 30분 일찍 만나 롯데타워 뒤편의 잔디밭 의자에 앉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당시 저는 니체의 《선악의 저편(박찬국 역)》을 읽느라 몇 시간 일찍 와있는 상태였지요. 그 친구가 책을 보더니 자기는 군대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며 그 작가 외에의 책은 취급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친구는 같은 작가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살인이 일어나지 않아서 별로 재미가 없다며 《악의》가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책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더 유명하다고 소리를 질렀어요.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비꽃) 

    72p, 20220316 

    179p, 20220317 

    316p, 20220318 

    430p, 20220322 

    542p, 20220401 끝

     

    유명한 고전입니다. 에릭 홉스봄을 읽다 보니 프랑스혁명 시기의 이야기들이 궁금해졌습니다. 예스러운 어휘를 잘 살렸다고 평가받는 비꽃 번역본을 골랐습니다. 《두 도시 이야기》처럼 영국 귀족의 시선에 비친 프랑스혁명을 표현한 작품은 제게 처음이었습니다. 술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현대의 독자들에게 책의 반전은 충분히 예측할 만하지만 그럼에도 정말로 괜찮은 결말이었습니다. 《오만과 편견》식의 결말을 예상하며 팔짱을 끼고 읽다가 낭만주의 문학적 결말에 감탄한 기억이 납니다. 

     

     

     

     

     

    윌리엄 포크너, 헛간 불태우다(민음사) 

    61p, 20220319 

    126p, 20220320 

    197p, 20220322 

     

    충격적인 책이었습니다. 리뷰를 따로 작성했습니다. 아주 좋았어요. 읽는 내내 감탄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해변의 카프카(상) 

    278p, 20220430 

    417p, 20220501 끝

     

    무라카미 하루키, 해변의 카프카(하) 

    70p, 20220501 

    222p, 20220502 

    427p, 20220504 끝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읽으니 오랜만에 하루키가 생각이 나서 빌렸습니다. 술술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초반부 과거의 일과 현재의 일을 교차하며 진행하는 구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하루키 작품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지닌 등장인물들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지금보다 어릴 때 읽었다면 더 크게 다가왔을 것 같습니다.   

     

     

     

     

     

    플라톤, 국가 정체(박종현)

    530p 20210826

    576p 20210924

    610p 20211113

    646p 20220406

    667p 20220428 

     

    2021년 1월부터 읽던 책인데 중간에 긴 공백을 가진 끝에 2022년 4월에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박종현 교수가 번역한 책인데 10개의 각 권(장의 개념)의 도입부마다 간단하게 내용의 전개를 읽을 수 있어서 독서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읽는 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아서 여러 번 다시 읽어야 했던 구절도 많습니다. 문학적 성격도 띠고 있는 《국가_정체》는 소크라테스가 축제를 구경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초대를 받아 좋음(옳음, 정의)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학적 구성 덕에 돌로 지어진 아름다운 안뜰에서 튜닉을 입고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구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윌리엄 포크너, 소리와 분노 

    61p, 20220508 

    164p 20220509 

    330p 20220517 

    451p, 20220518 

     

    무시무시한 책이었습니다. 리뷰를 따로 작성했습니다. 책의 소개글에서 본 모더니즘의 정수(精髓)라는 평이 와닿았습니다 

     

     

     

     

     

    프리드리히 니체, 선악의 저편(아카넷, 박찬국 역) 

    72p, 20220601 

    100p, 20220603 

    124p, 20220605 

    138p, 20220607 

    188p, 20220609 

    264p, 20220611 

    300p, 20220612 

    382p, 20220615 

    455p, 20220616 

     

    저는 철학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계속 자연과학만 공부를 했습니다. 대학교 입학이라는 반쪽짜리 목적을 달성하고서 가치의 공백이 그 부피감을 드러내던 첫 대학교 1학년 1학기 시절, 알게 된 지 2주밖에 지나지 않은 동기들과 함께 들뢰즈의 어쩌고 저쩌고 하는 강의를 들을 뻔했으나 저만 수강신청에 실패한 나머지 철학을 접할 기회가 전혀 없었습니다.  

    니체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2021년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조르바》 읽고 난 후 책 뒤의 해제를 읽을 때였습니다. 조르바는 작가가 니체의 사상을 드러내는 인물이라는 설명에 저는 니체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렇지만 니체의 책은 오독할 수 있는 여지가 많고 서양 철학사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글들을 읽은 후 여러 책을 알아보던 중 아카넷에서 출판한 박찬국 교수의 역본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후 인터넷에서 본 니체를 읽는 순서에 따라 선악의 저편을 먼저 읽게 되었습니다. 

    역자의 훌륭한 해제 덕분인지 난해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와는 달리 명료하고 즐겁게 읽었습니다. 입문자도 이해하기 쉽게 쓰였으면서 동시에 여러 시대적, 문헌적 맥락에서 되짚을 수 있는 해제였습니다. 《선악의 저편》에서 니체는 플라톤의 이름을 언급하며 좋음과 나쁨의 이원론적인 세계를 단호하게 파괴합니다. 저는 처음 접한 니체에서 어쩐지 군주론을 집필한 마키아벨리를 언듯 떠올렸습니다. 저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인간관계를 통찰했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저는 군주론에서 조언하는 선악의 관성을 초월한 처세술이 타인과의 관계보다는 독자 자신이 지닌 마음가짐의 영역에서 더 유효하다고 느꼈습니다. 즉 ‘다른 군주' ‘상대 세력’, ‘민중', 또는 이 모든 것을 통틀어 일컫는 ‘적’들을 대하는 방법이 결국 책을 읽고 있는 신체적, 정신적인 그 무언가(보통 ‘나’라고 일컫는) 대할 때 《군주론》은 제게 큰 의미를 지닌다고 말입니다. 《선악의 저편》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읽었습니다. 이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은 나머지 곧바로 《도덕의 계보》 읽는 중입니다.  

     

     

     

     

     

    총평_가치의 구상 

     

    위의 글은 읽은 책의 내용을 요약이기보다는 2022년 상반기에 읽은 책과 관련된 개인적인 회고에 가깝습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독서 추천 목록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표현은 어쩐지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2022년 상반기의 독서에서 지금까지 얼핏 감으로 잡고 있던 것들을 누군가의 문장으로 읽어 내는 체험을 한 것에 만족합니다. 우선 저는 창작자입니다. 홉스봄, 포크너, 니체는 창작에 있어 좋은 재료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단지 이러한 창작의 재료로 삼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은 아닙니다. 독서는, 일단 당장은, 제가 삶을 긍정함에 있어 필요합니다. 바꾸어 말하자면 독서는 저의 결핍을 망각하고 추구로 승화하는 것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2022년 하반기에도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싶습니다.  

     

     

     

    2022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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