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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후기공간/독서 2020. 8. 11. 10:10
안토니오 알타리바-킴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후기
가볍게 폈지만 가볍게 덮을 수는 없었던 책이다. 스페인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삶을 살아온 작가의 아버지는 양로원 건물에서 떨어져 자살한다. 죽은 아버지의 삶을 1인칭의 시점으로 따라가는 르포 만화인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은 비슷한 시기의 유럽에서 아버지의 수용소 생존기를 다룬 아트 슈피겔만의 '쥐'를 연상시키지만, 책을 덮을 때의 기분은 많이 달랐다.
내가 관심이 갔던 것은 사상가 안토니오의 삶이 아니라 인간 안토니오의 삶이었다. 시골에서 보낸 우울한 어린 시절과 스페인 내전 참전, 유럽에서의 포로 생활이나 다름없는 망명길 이후로 프랑코 치하 스페인으로 돌아와 사업의 성공에만 매달리며 사는 삶, 불륜, 그리고 모든 것을 잃은 후 간 끔찍한 양로원까지. 안토니오의 행적은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의 인간 김영호의 삶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는 점이 인상 깊었다.
나는 집단은 반드시 부패한다고 믿기 때문에 모든 개인을 보호해기 위해서 집단은 다른 집단과의 상호 견제뿐 아니라 그 집단 내외부의 개인간의 견제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믿음은 내 본연에 대한 회의로부터 비롯했다. 내가 탁자 앞에 앉아서 확신한 믿음은 어느 아내키스트에게는 우스워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그 아나키스트의 고백을 우습게 들을 수가 없었다.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 (대여)
20200416(~215p)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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