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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사코, 팔레스타인 후기
나는 저널리즘적 시각을 가진 작품을 좋아한다. 빛이 상에서 떠난 이상 왜곡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수순이고 내가 선호하는 왜곡의 톤은 저널리즘적 시각과 맞는 것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책의 시선에 굉장히 만족한다.
책은 미국인 조 사코가 직접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넘나들며 여러 사람들과의 인터뷰 내용으로 구성되어있다. 인터뷰이들의 눈물에 집중하기보다는 주로 작가의 순간적인 감정, 즉 열악한 시설과 지체되는 일정, 중복되는 인터뷰 내용에 대한 빈정댐, 불편함과 짜증이 책의 중심이 된다. 팔레스타인 분리 구역의 민중들과 강압적인 이스라엘 군인들의 충돌이 벌어지려고 하면 작가는 좋은 그림을 얻을 생각에 흥분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책을 덮은 후 작가가 공감 능력과 인류애가 결여된 사람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작가의 여행기적 구성 속에서 보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담담한 이야기들이 더욱 많은 생각을 들게끔 한다. 작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정의롭고 용감한 투쟁가나 무대 속 비극의 주인공이 아니라 똑같이 삶을 영위하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더욱 부각한다. 물론, 이스라엘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책 속의 작가는 항상 고민한다. 책을 읽는 독자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얼굴이 궁금해 인터넷에 검색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후기글 작성 도중 책의 표지를 검색하다가 찾게 되었다.
과거 우리 집에는 김태권 작가의 ‘십자군 이야기’라는 만화책 시리즈가 있었다. 당시의 분위기가 그러하듯 은자 피에르의 당나귀가 조지 워커 부시로 등장하는 등 상당한 반미적인 색채를 띤 이 책의 끝에는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 책의 소개가 써있었다. 소개를 보며 언젠가 읽어보겠다고 다짐했는데, 거의 이십 년이 지나고 나서야 책을 읽게 되었다.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 (대여)
20200428 (~154p)
20200429 (~319p)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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