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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메 마르틴, 잊혀진 전쟁 후기
깔끔한 그림체의 그래픽노블이다. 이프니 전쟁에 파병되어 군 복무를 해야 했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만화가인 아들 하이메 마르틴이 그린 작품이다. 프랑코 정권을 위시한 스페인의 근현대사를 다룬다는 점, 그리고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안타니오 알타리바-킴의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과 관련이 있다.
전쟁을 다룬 그래픽노블이지만, 보통의 전쟁 문학에서 기대하는 치열한 전선이나 인간성의 붕괴에 대해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이 책의 아버지는 전쟁 영웅도, 비극의 주인공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다. 이 책은 파병지였던 북아프리카의 뜨겁고 건조한 분위기, 전쟁을 하고 있다지만 전혀 준비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엉망인 군 시스템, 군 복무 도중 만난 인간 군상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마치 우리나라에서 군 복무를 했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 듯했다. 병역필자라면 꽤나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야기는 현대 스페인의 가정에서 아버지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듣는 구성으로 진행된다. 스페인 가정의 식사 분위기 등을 다룬 그림들이 꽤 마음에 들었다. 아버지 이야기의 부분에서는 뜨거운 북아프리카의 사막에 서 있는 듯한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 이야기도 좋지만 회화적 성취도 뛰어난 작품이다.
많이도 초초했던 그 3층의 순간을 연금술사의 땅에서 잠시나마 잊었다.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 (대여)
20200504 (~152p)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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