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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금강랜드
전북 군산시 성산면 성덕리 430-17
place.map.kakao.com
나는 쓸쓸하고 쇠락한 공간을 좋아한다. 멀리 외곽도로로부터 은은하게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가 연무처럼 덮인, 죽어버린 시간들 사이로 새와 풀벌레 따위만 울고 있는 곳들. 한때 깔끔하게 포장되어 반질반질 윤이 났을 아스팔트 도로 사이로는 잡목이 무성하고 철 구조물의 페인트칠은 벗겨진 채 붉은 녹물이 바닥을 적신 장소들.
땅과 물이 만나는 곳은 쓸쓸하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서가 아니라, 누군가 찾아왔던 시절도 있었기 때문에 그렇다. 금강호휴게소 뒷편 공터를 지나 하구둑 안쪽의 금강이 펼쳐지기 전, 그 곳에 군산금강랜드가 있다.
군산시청 홈페이지에 따르면 군산금강랜드는 불과 12년 전인 2008년 개장했다고 한다. 한때 가족 단위의 손님들, 시설 종사자, 관광객들, 탈선 청소년들이 발걸음을 했을 이곳은 이제 놀이기구 시설은 운영을 하지 않고 작은 키즈카페 한 곳만 남아있다.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는 곳, 방치된 놀이기구의 반어적인 분위기가 나는 좋다. 놀이공원을 계획한 누군가의 원대한 꿈도, 놀이공원을 찾던 누군가의 소박한 행복도 이곳에 그림자로 남은 것만 같다.
내 기억 속 군산금강랜드의 첫 방문은 2014년 10월 19일이다. 당시 나는 다니던 대학을 그만 둘 각오를 하고서 고향으로 내려와 돈을 벌고 있었다. 일을 끝내고 나서 저녁을 먹으려던 참에 전역을 앞둔 대학 동기가 여행 중 군산에 방문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후 나는 당시 탔던 낡은 경차인 비스토에 동기를 태워 군산금강랜드로 향했다. 어두운 금강변 도로를 달려 도착한 밤의 놀이공원에는 조명이 켜져있고 음악이 흐르고 있었지만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나와 동기는 의자가 바깥 방향으로 매달려 있는 발판 없는 바이킹을 탔는데, 당시의 시원한 강바람이 기억에 남는다. 놀이기구를 타고 난 후 우리는 그곳 주차장과 금강호휴게소 주위를 산책하며 대학 동기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군산 시내로 돌아온 뒤에 우리는 다사랑치킨에 가서 닭튀김을 먹으며 뉴스를 보았는데, 판교에서 환풍구 붕괴 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소식이 나왔다.
202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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