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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평전: 복수의 정치학 후기공간/독서 2020. 6. 15. 20:28
사이드K. 아부리쉬, 사담 후세인 평전: 복수의 정치학 후기
어느 날 아침 등교를 준비하던 중 얼핏 본 아침 뉴스는 비행기들이 빌딩 속으로 사라지는 장면과 의자에 앉은 사람들이 빌딩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을 반복해서 내보내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내가 매체로 겪은 중동이란 모래와 석유, 검은 연기를 내뿜는 T 시리즈 탱크들, 터번을 두르고 로켓과 소총을 등에 맨 복면의 사람들, 무인정찰기가 떠다니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가진 땅이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 낡은 양복을 입은 초라한 노인이 된 사담 후세인은 교수형을 당했다. 나는 주위의 어른들에게 오사마 빈 라덴과 9.11 테러,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사담 후세인과 조지 부시에 대해 물어봤지만 궁금증은 해결되지 않았다.
복학했을 무렵 IS라는 무장단체가 중동에서 맹위를 떨친다는 뉴스가 매일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시아파와 수니파, 이라크와 시리아라는 단어들이 술자리의 대화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했다. 나는 그것들이 궁금했지만 찾아볼 의욕도, 능력도 없었던 시절이었다.
내가 책 ‘사담 후세인 평전: 복수의 정치학 후기’를 구입한 이유는 단지 계산대 앞에 저렴하게 나와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오랫동안 이어온 이러한 호기심과 궁금함에 종지부를 찍고 싶은 마음이었다. 나와 같은 주제에 흥미가 있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은 무척 유익하고 흥미로울 것이다.
저자 사이드 K.아부리쉬는 후세인 행정부에 속해있던 인물로서 정사와 야사를 넘나드는 그의 증언은 시간의 흐름에 따르는 서술은 후세인에 얽힌 여러 사건들의 맥락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이야기 자체로도 큰 재미를 준다. 후세인의 유년 시절부터 짚어보는 책은 짧지 않은 분량이지만 금세 읽힌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이 책이 출간된 날짜가 이라크 전쟁 발발 직전이라는 점이다. 책이 출간되던 시점에는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지도 않았고 사담 후세인이 교수형에 처해지지도, IS가 맹위를 떨치지도 않았지만 책의 후반부는 마치 이 모든 미래를 엿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미래의 독자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날씨가 화창한 가을날이었다. 내시경을 받는데 쓰이는 수면 유도제 때문에 엄마의 도움을 받아 비몽사몽 병원을 나선 후 구경 삼아 들어간 서울책보고에서 이 책을 구매한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따뜻한 기억이다.
서울책보고 (구매)
20190928(~726p)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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