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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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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정, 낙원의 밤 후기
대화를 통해 인물들의 관계를 짐작하게 만드는 감독의 능숙한 솜씨가 돋보였고 공간의 분위기와 색을 묘사하는 훌륭한 장면들이 있는 영화였다. 하지만 그로 인해서 빈약하고 지루한 이야기 전개와 명대사와 명장면에 대한 초조한 조급증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쉽게 다가오는 영화이기도 하다.
엄태구 배우가 분한 남자 주인공 태구가 제주도로 떠나기 전 서울에서의 이야기는 자동차 사고나 목욕탕 전투 장면 등 이정범 감독의 '아저씨'를 연상하게 하는 어두운 비장미를 자랑한다. 태구가 재건축 아파트를 걷는 장면과 스파를 하는 장면에서 영화가 지닌 장점은 빛을 발한다. 사실 마 이사 역의 차승원 배우가 나올 때 이해영 감독의 '독전'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걱정은 박 과장, 양 사장, 마 이사 셋이서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 순식간에 사라진다. 문제는 제주도에서 일어난다.
지금까지의 모든 캐릭터는 전여빈 배우가 분한 여자 주인공 재연을 만나는 순간 망가져버린다. 감독의 전작 '신세계'에서 송지효 배우가 분한 신우에게 거침없이 콘크리트를 붓고 총질을 하는 폭력적인 인물들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폭력성을 지닌 낙원의 밤 인물들이 재연을 만나면 로맨틱 코미디에서 나올 법한 그다지 밉지 않고 어딘가는 어설프면서도 귀여운 작은 악당이 되어버린다. 그들의 폭력성을 모두 넘겨받는 사람은 재연뿐이다. 그 결과 영화는 갱스터 무비에서 출발해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로 끝이 난다.
물론 나도 창작을 하는 입장으로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임을 알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남들이 듣고 싶게 만드는 일은 모든 생산자가 지닌 숙명일 것이다. 그래도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얼마 전 친구네 집에서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하며 낙원의 밤을 잠깐 틀었다가 초반 3분을 보고서 이건 집중해서 봐야 하는 영화라고 합의한 후 다른 영화를 틀었다. 새로 튼 영화는 우리 모두가 3번 이상씩 본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낙원의 밤과 같은 감독인 줄 몰랐다.
넷플릭스
2021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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