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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은 지옥이다 후기공간/영화 2021. 9. 28. 01:05
이영용, 타인은 지옥이다 후기
몇몇 교양 수업에서 사르트르의 이름이 언급된 것을 들어봤을 뿐, 사르트르의 책은 아직 읽은 것이 없다.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말은 사르트르가 쓴 희곡에서 나온 대사라고 한다. 영화 [타인은 지옥이다]와 동명의 웹툰이 있고 그 웹툰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가 있지만 영화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투박하지만 묘한 매력이 있는 영화이다. 영화를 볼 때 배우들의 옆 자리에 편안하게 앉아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영화는 그런 기분을 들게 만든다. 특히 남자가 기차를 타고 오는 여자를 마중을 나가는 장면과 여자와 남자가 바닷가 호텔로 여행을 떠나는 장면이 마음에 들었다. 단순 치정극으로 장르를 구분하기에는 영화가 가진 힘이 크다.
미장센에 집착을 하며 소품 하나하나를 매만지는 방식의 영화가 아니다. 그 무심함에서 만들어지는 영화의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든다. 영상이 가질 수 있는 이런 종류의 무심함이 만화의 영역에서는 반대로 철저하게 연구하고 구성해야 얻을 수 있는 성과물이기 때문에 나는 이 영화를 더욱 매력적으로 느꼈다.
펜션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조명이나 대화가 미묘하게 연극톤으로 느껴질 때가 있지만 곧 적응이 된다. 다른 리뷰에서는 배우들에 대한 혹평이 약간 있는데 나는 여배우들과 남배우들의 배역과 연기가 영화가 나타내고자 하는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홍상수 감독 작품과 비슷한 분위기가 난다는 왓챠 리뷰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리뷰를 쓴 사람에게 어느 정도는 공감한다. 홍상수 감독의 작품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의 분위기 또한 마음에 들 것이다. 개인적으로 [타인은 지옥이다] 인물 설정이 홍상수 감독 작품들의 인물들보다 더 와닿는 면도 있었다.
짧은 여행을 다녀온 날이면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싶은 충동이 드는데 이것은 내가 좋은 영화를 볼 때 느끼는 감정이다. 결말이 괜찮은 작품들에게 특히 이러한 감정을 느낀다.
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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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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