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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산 여행기: 중앙로, 해망굴, 월명공원, 군산근대화거리, 군산내항
    공간/국내 2021. 5. 3. 01:12

    사무실에는 키보드 입력하는 소리와 마우스 클릭하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지르텍을 먹었더니 약간 졸리다. 이것은 봄의 기운이다. 춘몽과 더불어서 온 2년 전의 기억은 나를 스친다. 그 기억은 나의 언덕이다. 나는 그곳에 기대 먼 곳을 바라본다.

     

     

     

     

     

     

    전날 내린 비가 무색하게 화창한 5월이었다. 작은 가방에 쓸 것과 그릴 것을 간단하게 챙긴 후 선글라스를 하나 군산 구도심 지역을 둘러보러 갔다. 영동반점 옆을 지나자 입맛 돋우는 중국 음식 냄새가 났다. 그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즉석에서 결정하고 들어가서 식사를 했다.

     

     

     

     

    군산 영동반점

    영동반점 전북 군산시 우체통거리2길 29 (신창동 20-14) place.map.kakao.com 군산 영동반점 친구들이 군산에 올 때마다 근처에 있는 중국집들은 꽤나 여러 군데를 방문했지만 영동반점은 방문할 기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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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장면은 정말 맛이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월명공원으로 향했다. 평일이었는데도 이성당에는 사람들의 줄이 길었다. 영동에서 중앙로를 지나 흥천사까지 걸어가는 길은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를 거쳐 ‘8월의 크리스마스로 향하는 길이다.

     

     

     

     

     

     

    길을 걷다가 옛날 군산초등학교 축대 맞은편에 있는 토리노 피자의 낡은 간판이 보였다. 군산의 구시가지에는 오래된 피자집들이 꽤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사라진 상태이다. 토리노 피자도 사라진 피자 가게이다. 초등학생 때 주영이네 삼촌이 나와 다른 한 명을 데리고 이곳에서 피자를 사줬던 기억이 난다. 주영이네 삼촌은 피자를 먹으면서 교회 이야기를 하셨다. 나와 친구들은 피자를 먹은 후 교회 대신 피시방에 가서 스타크래프트를 했다. 

     

     

     

     

     

     

    한성철물이 앞 골목으로 지나는 그 길을 나는 사랑한다. 다시는 지나갈 수 없는 길을 생각하면서 나는 그곳을 걸었다. 군산서초등학교를 지나면 흥천사와 해망굴이 보인다. 흥천사에는 작은 기억 하나가 있다. 초등학생 때 일요일마다 흥천사에 갔는데, 흥천사의 셔틀버스는 지금은 사라진 군산역 앞 고가도로를 지나는 경로로 다녔다. 고가도로 앞에는 도로가 크게 파인 부분이 있었는데 기사 아저씨는 그곳을 달리며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고 덕분에 아이들은 심장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으며 즐거워하곤 했던 기억이다. 공원에 올라가기 전 나는 흥천사 옆의 서늘한 해망굴에 들어갔다가 다시 되돌아왔다.

     

     

     

      

     

     

    흥천사 앞 계단을 통해서 월명산에 올랐다. 해망굴 때문인지 흥천사 앞 계단은 항상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그리 길지 않은 계단을 걸어서 오르면 작은 광장 위 낡은 휴게소와 비둘기집이 나온다. 그 휴게소에서 음료수를 사 마시거나 비둘기 먹이를 사서 뿌리고는 했지만 지금은 과거의 영광을 간직한 유원지이다. 월명공원의 작은 광장에서는 군산 앞바다가 보인다. 광장에서 군산 앞바다를 바라보는 산자락에는 달동네도 있었지만 지금은 달동네가 모두 사라졌다. 나는 크고 깨끗한 집과 잘 정비된 거리를 좋아하지만 달동네가 사라지는 것에 깊은 아쉬움을 느낀다. 이것은 이율배반적인 감정일 것인 줄 알면서도 그 감정의 흐름을 멈출 도리가 없다.

     

     

     

     

     

     

    광장을 잠시 둘러본 후 해병대군산장항이리전투 전적비로 향했다. 전적비의 낡고 쓸쓸한 분위기도 좋아하지만 무엇보다 전적비 계단 아래에 있는 너른 잔디밭을 좋아하는 탓이다. 지금은 사라진 것으로 기억하는데 전에는 너른 잔디밭 끝에 바다가 보면서 탈 수 있는 그네가 있다.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그곳에서 졸업 사진을 찍을 정도의 공간이었는데 이제는 관리가 되지 않아 잔디가 아닌 잡풀이 허리 높이로 무성하다. 잔디밭 한가운데에 있는 나무에는 커다란 홈이 파여있었고, 어릴 때 기르던 병아리를 그곳에 넣어서 병아리 집이라고 불렀었다. 지금은 구멍이 막혔다.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고 햇볕이 정말 좋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무성하게 푸른 잡풀은 스스스 소리를 내며 바람의 결을 따라서 그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대학 동기에게 오늘 수업 내용을 묻는 메시지가 왔다. 동기는 수업에 가지 못했다고 했다. 나 또한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고향에 남았기 때문에 할 말이 없었다. 처음에 꽤나 의욕적으로 참여했었던 그 수업을 나는 잔디밭을 본 이 날 이후로 나가지 않았고 결국 F를 받았다. 어쨌거나 그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나는 다시 광장으로 돌아와 전적비 반대편 방향으로 가서 폐허가 된 전망대와 그 주위의 잔디밭을 잠시 걸었다. 2000년대 초반 그곳에서 같이 뛰어놀던 사촌동생은 2020년 잊혀진 계절에 결혼을 했다. 2018, 혹은 2019년에 그곳을 거닐던 나는 그러한 사실을 알 턱이 없었다. 전망대를 지나 내려가면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따라한 생각하는 시민의 상이 있다.

     

     

     

     

     

     

    거기서 더 내려가면 산이 끝나면서 군산 앞바다가 보이고 동백대교가 보인다. 2018년 연말 완전 개통된 동백대교는 월명산 자락과 닿아있다. 2018 5월에는 동백대교 진입로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바다를 바라보며 오래된 맨션 옆을 지나서 공원을 내려간다. 하얀 햇살이 닿지 않는 곳에는 푸른색 그림자가 졌다. 큰 찻길 옆에는 해변식당과 해변여관이 붙어 있다. 이곳에도 사람이 북적이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5월의 햇볕 아래에서 조용한 구도심을 걷는 기억을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다. 그것은 나를 이루는 세계의 큰 축 중 하나이다. 패퇴하고 쓸쓸한 골목에 가지는 찬란한 이 감정이 내게 많은 돈을 벌어줄 것은 확신할 수 없지만, 이 감정이 내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게 만드는 것만 것 확신할 수 있다.

     

     

     

     

     

     

    도로와 화물차의 두꺼운 바퀴가 맞닿아 내는 저주파와 오래된 가로수가 바람에 흔들리며 내는 속삭이는 잎들의 소리를 들으며 군산내항으로 향했다. 오후는 더 깊어지고 있었다. 내항, 내항의 기억을 쌓는 것은 꽤나 특별하다. 내항에 대해서만큼은 기억의 단절이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항상 내항을 찾았다. 그곳의 뻘과 떠있는 배들은 내 미감의 근간이 되었다. 내항은 채만식의 책 탁류의 주요 배경이 되기도 한다.

     

     

     

     

    탁류 후기

    와 더불어 " data-og-host="www.aladin.co.kr" data-og-source-url="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2700228" data-og-url="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270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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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류를 읽게 된 것은 2020 6월이지만 그 전에도 조선은행이 등장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원래 백년광장에서 항구 쪽으로 꺾어져 들어가면 나오는 부둣가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지만 바람도 많이 불고 조금 지치기도 해서 이번엔 바로 카페로 향했다.

     

     

     

     

    군산 카페196

    카페196 전북 군산시 내항1길 23 (장미동 9) place.map.kakao.com 조선은행과 진포해양테마공원처럼 관광지 가까운 곳에 위치하지만 의외로 가게 주위는 조용하고 고독한 분위기이다. 주차 공간도 넓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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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196에 갔다. 아마 그날이 그곳의 처음이자 마지막 방문이었을 것이다. 그곳의 의자에 앉아 군산 앞바다를 바라보며 무엇인가를 그리고 썼던 것 같은데,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다만 그날의 기억이 2019년 어떤 대화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확실하다. 나는 그곳에 방문해서 노란 카디건을 걸치고 친구와 커피를 마시는 그 사람의 사진을 보며 1년 전의 나를 상상했다. 기억이란 마치 역사와도 같아서 별것 아니었던 그 순간들을 돌이키고 곱씹다 보니 나의 피와 살이 되어버렸고 나는 피와 살에 연연하고 피와 살을 소중히 여기며 나의 뇌에서 일어나는 전기적, 화학적 신호들이 모두 피와 살에 기반했기 때문에 그것을 나와 구분 지으려는 시도는 진즉 포기했다. ‘은숙에서 이 공간을 등장시킨 것도 아직도 그 순간이 그립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5월의 해는 느리지만 확실하게 저물고 있었다. 카페에서 보이는 바다 너머 서천의 땅이 점점 붉게 빛났다.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던 역사가 그곳에는 확실하게 쓰이고 있었다. 지나가는 것은 언제나 아쉽다. 이러한 아쉬움은 다가오는 것에 대해서 지나간 것과 비교해 더 큰 만족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는 치기 어린 불안감을 동반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 좋은 순간은 계속해서 찾아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2018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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