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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후기공간/독서 2021. 4. 16. 02:05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후기
2019년이 끝나갈 즈음인가에 나는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일을 하는 학원에서 학생이 책에 관심을 가지며 본인도 비슷한 과제를 하고 있다며 한나 아렌트에 관련된 국어 과제를 내게 보여주었다. 그것을 본 나는 언젠가 한나 아렌트가 쓴 유명한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었는데 1년이 넘게 지난 후 드디어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악의 평범성'이라는 단어로 유명한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책의 내용이 마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같이 '정의'와 '악'에 대한 개념적인 탐구를 아이히만이라는 사례를 통해 짚어 보는 형식의 구성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내 예상은 꽤 빗나갔다. 굳이 비슷한 느낌을 찾자면 '사담 후세인 평전'이나 '남산의 부장들'처럼 특정 인물과 사건의 보고서와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에 실제 역사적 사건에 관심이 많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분량상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아이히만의 행적을 통해서 독자는 아이히만의 당위성과 동시에 재판의 당위성에 대해 고찰하게 된다. 작가가 책에서 명백하게 밝혔듯이 이 보고서는 예루살렘에서의 재판에 대한 의의와 한계를 통해서 인류가 마주한 새로운 형태의 범죄, 즉 전례 없는 인류에 대한 범죄가 어떻게 정의되고 또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이것은 쓰레기를 치우면 착한 사람이고 이웃 주민을 폭행하면 나쁜 사람이라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편리한 절차로 풀어내기에는 너무나 복잡하고 방대한 사건들이기 때문에 악과 정의, 인류의 역사와 형사 재판에 대한 사유가 필요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이히만의 운명을 이끈 '사유의 부재'의 빈 공간이 재판 과정에서도 그림자처럼 드리우는 순간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그림자가 유대인 한나 아렌트의 시선에 포착되고 글로써 기록되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책에는 문법적인 오류를 제외하고라도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 문장이 많아 여러 번을 반복적으로 읽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아마 번역 과정에서 원어 자체를 최대한 살리려는 노력이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커피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을 때면 잠시나마 행복해진다.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대여), 군산 시립도서관 (대여)
20210405 (~96P)
20210407 (~172P)
20210413 (~308P)
20210414 (~355P)
20210415 (~418P)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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