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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그린 뉴딜 - 2028년 화석연료 문명의 종말, 그리고 지구 생명체를 구하기 위한 대담한 경제 계획 후기공간/독서 2020. 11. 23. 17:25
제러미 리프킨, 글로벌 그린 뉴딜 - 2028년 화석연료 문명의 종말, 그리고 지구 생명체를 구하기 위한 대담한 경제 계획 후기
분명하게 도발적인 책이다. 새로운 의제에 관심을 집중시킬 때에는 도발적인 태도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기 때문에 감안을 하고 읽었다.
인류를 시한부 운명에 빗댄 것은 제러미 리프킨이 처음은 아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환경 재앙에 의한 인류 문명의 붕괴에 대한 반복적인 예견에 익숙해진 나머지 마치 친밀한 친구에게 듣는 '죽는다'라는 말처럼 환경이 초래하는 종말에 대해 더 이상 두려움을 느끼지 못한다. 그 때문에 더 이상 재앙에 대한 공포와 자극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이 책이 말하는 '죽는다'라는 말은 기존의 종말론과는 다르게 어딘가 다르게 섬뜩하다.
그 이유는 인류가 직접 겪어보지는 못한, 그래서 별로 상상이 가지 않는 멸종이라는 가상 상황을 강조하는 대신에 작가는 인류가 겪어본 버블 붕괴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화석 연료에 기반을 둔 모든 산업과 인프라, 투자 자산부터 생활양식까지 무용지물이 되는 이른바 '탄소 버블'의 붕괴이다. 가보지도 않은 먼 곳에서 녹고 있는 빙하 따위보다는 내 계좌 잔고와 주식 시장이 훨씬 흥미롭기 때문에 책의 초반부를 넘어가는 동안 독자들은 탄소 경제로부터의 분리와 녹색 에너지 시대로의 진입을 중요한 어젠다로 정하게 된다.
독자들의 흥미를 끌게 된 작가는 강력한 어조로 기존 문명 파괴 예측에 대한 근거를 제시함과 동시에 새로운 시대로의 진입이 시장의 힘 때문에 불가항력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주장과 근거를 반복한다. 탄소 기반의 경제와 대립하는 그린 뉴딜에 의해 새로이 완수되는 3차 산업혁명에 대해서 작가가 나눈 옳고 그름이 너무나 확실하고, 옳은 쪽에는 경제적, 환경적, 이념적 이점이 모두 쏠렸고 반대로 그른 쪽에는 경제적, 환경적, 이념적 단점이 모두 쏠려 있다. 심지어 스마트 전력 그리드에서 예상되는 단점마저도 모두 보완책이 마련되었다는 어조이다. 여기까지 오면 이 책은 경제나 환경에 대한 교양서가 아닌 노골적인 '환경주의'적 이념서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환경이 초래하는 재앙과 세계 경제의 연속적인 대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전 세계의 행정부와 기업이 협력하여 신재생 에너지 발전 체제에 맞는 인프라의 전반적인 재구축, 즉 그린 뉴딜을 완수해야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글로벌 거버넌스가 강조되는 부분이다.
우여곡절 끝에 빌릴 수 있었던 책이다. 백여 명이 듣는 학교 교양 수업에서 이 책에 대한 북 리뷰가 과제로 나온 이후 이 책을 학교 도서관에서 빌리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책을 사야하나 고민하던 중 사촌동생 결혼식이 있어서 고향으로 내려갔는데, 마침 고향 시립도서관이 생각나 문의를 넣었더니 책이 있다는 답변을 받아 빌릴 수 있었다. 책을 읽을 수 있게 주어진 시간은 이틀이었다. 어렵게 빌린 책인데, 참 이상하게도 읽기 힘들었다. 처음에는 전날의 숙취와 피로 때문에 잘 읽히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날에도 잘 읽히지 않았다. 결국 이틀 동안 이 짧은 책을 8시간에 걸쳐 에스프레소 6샷 분량의 아메리카노 3잔을 마시며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본인이 모든 문장을 이해하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기는 하나, 책 내용의 무게나 담긴 지식의 방대함 때문에, 또는 작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읽기 힘든 것은 아니었다. 그냥 문장 사이사이를 넘어가는 것이 이상하게 매끄럽지 않았다. 책을 다 읽고 이 글을 쓰며 알라딘 후기를 찾아보니, 번역과 문장에 대한 불만 리뷰가 많았다. 원서를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나도 이 책을 읽을 때 다른 사람들이 말한 이유 때문에 힘들었던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행복했어.
군산 시립도서관 (대여)
20201101(~106p)
20201102(~326p)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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