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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빠이냉면
전북 군산시 장재길 12-4 (장재동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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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위에는 확고한 본인의 입맛이 존재하여 메뉴를 선택하거나 식재료를 고르는 일에 일종의 식도(食道)를 내세우는 이들이 많이 있다. 이들에 비해 내 입맛은 상당히 관대한 편이다. 나에게 있어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합리적인 가격에 나쁘지 않은 맛이라면 충족되는 욕구이다. 거기에 더해 깊은 역사에서 우러나오는 빛바랜 미장센 한 숟가락이면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다. 이것이 내가 노포를 좋아하는 이유다.
옛날 군산역 앞의 상권이었던 장재동에 뽀빠이냉면이 있다. 근처의 건물들은 모두 낡고 오래되어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 대전역 앞의 김화칼국수에 갔을 때처럼 노포를 방문할 때의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뽀빠이냉면 건물의 간판은 현대식이지만 벽돌로 지어진 아치형 모양의 창문에서 영화동의 수입상회들이 보인다.
가게 내부는 깔끔했다. 젊은 사람들도 보였지만 대체로 식사 손님들의 연령대는 높은 편이었다. 특히나 혼자 온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들이 꽤 계셨다. 메뉴는 물냉면, 비빔냉면, 왕만두, 사리추가로 무척 단순했다. 밑반찬도 무생채 하나가 끝이다.
물냉면에는 닭고기 찢은 것과 돼지고기 조각이 푸짐하게 올라간다. 국물은 간이 센 편이었고 어딘가 허전한 맛이면서도 다시 궁금해지는 맛이다. 입이 가는 대로 먹다가, 식초를 뿌리고 먹다가, 겨자를 풀고 먹으니 냉면 한 그릇이 아쉽게 끝났다. 두 그릇까지는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맛이다.
언젠가 춘천의 남촌막국수에 방문한 일이 생각이 났다. 족발집 쟁반막국수가 아닌 단품 메뉴 막국수를 처음 먹어보는 것이었기에 배가 고프지는 않았어도 호기롭게 막국수 곱빼기로 주문하였다. 받아 보니 면이 세 덩어리나 있었고, 첫 젓가락을 뜨니 입에 맞지 않아 도저히 면을 다 비울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열무김치랑 먹고, 설탕 뿌려서 먹고, 육수 뿌려서 먹고 하니 면을 싹싹 비우고도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세련된 맛은 아니더라도, 그릇을 비우면 생각이 나는 이 맛이 노포가 주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뽀빠이냉면 나무 테이블에 혼자 앉은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이 매력에 대한 방증이다.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다음에 온다면 사리를 추가해서 먹고 싶다.
2020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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