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 현대사 - 강철서신에서 뉴라이트까지 후기
NL 현대사
대한민국에서 1980~1990년대는 격동의 시대였다. 반독재.민주화운동, 통일운동을 비롯한 각종 사회운동이 활기를 띄었다. 그중에서도 NL은 1987년 6월항쟁 이후 학생운동의 주류로 떠올라 변혁의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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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수, NL 현대사 - 강철서신에서 뉴라이트까지 후기
연세대 사태에 관심을 가지고 책을 찾던 중, 이 책을 추천하는 글을 읽었다. 1987년 시민들의 힘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낸 자랑스러운 역사는 현재의 교과서에서 자세히 배우지만 이후의 학생 운동 세력의 소멸에 대해서 언급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습 독재 체제인 북한과의 친선을 위해 학교의 기자재를 불태우며 저항했던 연세대학교는 이후 25년간 학생 사회의 여러 모습들로 변모하게 되는데, 직접적인 인과라고 할 수 없지만 이것은 분명 어떠한 현상의 반영이다. 그러한 현상에 대한 흥미와 궁금증은 이 책을 읽는 내적 동력이 되었다.
책에는 북한 체제를 추종하는 남한 주사파가 처음으로 양지에 모습을 나타낸 '강철서신'부터 제 6공화국의 극우세력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뉴라이트'의 등장까지가 담겨 있다. 내용은 대체적으로 당시 NL 인사들의 증언과 인터뷰로 진행된다. 한겨레 격주 연재물을 묶어서 책으로 낸 것인데, 김충식 작가가 동아일보 재직 시절 연재했던 기사를 묶어서 책으로 낸 '남산의 부장들'과 내용이나 형식 측면에서 매우 유사하다. '남산의 부장들'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NL 현대사'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휴전선을 넘거나 반잠수정을 이용해 남한과 북한을 제집 드나들 듯 하는 간첩들의 이야기와 남한의 지하 혁명단 결성, 운동권 세력 내부의 계파간 권력 투쟁은 판타지 소설의 그것처럼 흥미롭다. 본 책에서 NL의 교과서로 언급되는 박세길 작가의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는 나도 어렸을 때 읽은 책이기 때문에 NL의 역사에 대해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김영환씨는 책의 도입부인 주사파의 '강철서신'부터 책의 마무리인 뉴라이트의 전신 '시대정신'의 창간까지를 모두 주도하는데, 이러한 수미상관적 구조에서 일종의 전율마저 감돌았다.
90년대에 태어난 나는 포스트 민주화 세대이다. 실용 정부의 막바지에 대학에 입학했고, 서울에 처음 자리를 잡았으며 술과 담배도 본격적으로 접하게 되었다. 낯설고도 신기했던 시간들이 지나는 동안 총선이 지나고, 대선까지 끝나 박근혜 행정부가 출범하게 되었다. 2013년 가을 대전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으로 5박 6일의 견학을 갔는데, 당시 뉴스에서 시끄러웠던 정당의 해산이니 국회의원의 체포니 하는 것들은 젊은 우리에게는 견학 기간의 유흥거리였을 뿐이었다. 그렇게 견학이 진행되는 중 대학 친구 하나가 감정이 상했던 일이 있다. 감정 상한 친구를 위해 이십대 초반의 나와 친구들은 '통진당 체포 놀이'라는 수준 높은 역할극을 하며 분위기를 풀려고 했다. 덩치가 큰 내 친구가 국정원 요원을 흉내내며 감정 상한 친구를 미행하는 애교를 부렸는데, 팔뚝만 한 얇은 가로수 뒤에 성의 없게 숨은 친구의 큰 몸뚱아리의 한심한 실루엣을 보고 우리 모두는 배를 잡고 웃었다. 그랬던 적이 있었다.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 (대여)
20201015(~106p)
20201019(~326p)完